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2009아시아프엔 대학생, 대학원생과 만 30세 이하 작가 777명이 출품했다. 그중 다섯명을 선정해 '아시아프프라이즈'를 시상했다. 임장환은, 가장 돋보이는 한 명이었다.
축하받을 일이 생겼다. 인터뷰는 처음이겠다. 당황했다.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편안하다. 원래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동국대학교서양화과에 다시 들어가서 올해 졸업했다. 학교를 두 번 갔다 일러스트레이터 일도하고 싸이월드 스킨도 작업했다.
작업한 싸이월드 스킨은 많이 팔렸나? 안 팔렸다. 싸이월드는 여자들 세상이다. 남자 스킨도 여자친구가 사준다. 그래서 다분히 여성 취향인 남자 스킨이 팔린다. 남자 콘셉트로는 힘들었다.
777명 중 다섯 명에게 주는 상을 받았다. 작품도 가장 먼저 팔린 걸로 안다. 두 번째 참가다. 1회 때는 그림도 안 팔리고 주목도 못 받았다. 이번엔 전시를 오픈하자마자작품이 팔렸다. 지난해와 같은 개념의 작품이었는데 테크닉이 바뀌어서 그런 걸까? 갑자기 주목을 받았다. 관계자 분들도 아는 척을 했다. 놀라웠다.
작품을 팔아본 기분은 어땠나?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전시를 몇 번 했는데 한 번도 안 팔렸다. 이번엔 내가 봐도 좋은 그림이었다.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에 좋은 작품이 두점 나왔다. 그 두점이 다팔렸다.
어떤 작품이었나? <논아이콘 01)과<보이지 않는 위협>이었다. 그런 걸 좋아한다. <혹성탈출>이라는 제목의 그림도 있다. 영화는 인간들이 우주여행을 다녀왔더니 원숭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된 거였다 내 작품에선 아이콘들이 떠났다 돌아오니 논아이콘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된 거다.
아이콘, 논아이콘, 개념이 잘 안잡힌다. 논 아이콘은 쉽게 말해 아이콘이 아닌 누군가다.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닌, 만들어낸 말이고 아무것도 아니어서 폭력과 욕망으로 가득한 논 아이콘을 그렸다. 내 자화상을 캐릭터로 만들었다.
아이콘 대 논 아이콜의 구도는 권력, 계급, 신분, 경계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게 한다. 어떤 세계를 만들어 놓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거다 <보이지 않는 위협>은911 테러이후의 세계다. 언론이 아이콘이고 대중이 논아이콘이다. 아이콘은 논 아이콘을 대상으로 거짓을 말할 수도 있다. 언론은 또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바나나, 사슴뿔, 할리우드 간판 등의 오브제는 진실을 상징하기도 거짓을 상징도 한다.
아이콘과 대중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당신의 세계관인가? 세상을 파악한다고 하기엔 좀 그렇다. 아이콘이라는 소재는 스토리를 넣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 얘기, 좋아하는 영화, 정치적인 얘기를 할 수도 있다. 와인 잔, 사슴뿔, 사막 할리우드간판 같은 소재들은 감상자가 자기만의스토리를 넣게 하는 장치다. 감상자가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의도와 전혀 다른 감상을 하는 분도 있었다. (혹성탈출)을보고 서구 문명에 대해 얘기하더라. 신발 사이즈를 크게 그렸는데, 서양에서 흘러온 아이콘의 홍수를 발에 안 맞는 신발로 표현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소재가 많은 건 그래서 재미있다 일부러 소재를 많이 넣는다. 감상자가 침범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게 좋다.
당신의 아이콘은 뭔가? 아이콘은 욕망이다. 나는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다. 유명한 가수를 보면서 꿈을 키우는 사람도 많다. 꿈이기도 욕망이기도 하다.
당신의 작품이 팔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포토리얼리즘이 많은 시대다. 나는 터치로 그렸다. 작년과 다른 점이다. 포토리얼리즘은 경계와경계가 없다. 뿌옇게 보인다. 포토샵에 '샤픈' 효과를 너무 많이 줘서 깨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남들이 안쓰는 방식 이어서, 신선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이런 터치는 올해 갑자기 나온 건가? 처음엔 수채화처럼 그렸다. 하지만 없던 방식도 아니고 느낌에 맞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기름을 덜 쓰고 질감을 강조했다.
최근, 특히 아시아프 이후엔 칭찬도 많이 들었겠다. 시작할 땐 안 된다고 하신 분들도 있었다. 너무 팝아트 적이고 만화 같은 요소가 많아서, 근래에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내 그림이 사람에게 기운을 준다는 칭찬 이었다. 에너지가 넘친다는 말. 터치에서 역동성이 느껴진다는 말. 질문도 엄청나게 받았다. 이건 뭐고 저건 뭐냐고.
바나나는 뭐예요? 슈렉은 뭐예요? 이런 질문들? 폭력성은 뭐예요? 라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 논아이콘끼리의 경쟁이기도 언론이기도 하다. 옷만 있고 내용물은 없는 사람은 매스미디어를 상징하기위해 그렸다.
스물아홉 살 신인작기인 당신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모르겠다. 불안한 상태다. 안정적인 생활을 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림이 팔리기 전엔 낮에 그림 그리고 밤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상을 받으니까 전시도 잡혔다. 12월에 코엑스 아쿠아갤러리에서 3인전을 한다. 부산에서 그룹전이 잡쳐 있다.
수상전후의 세계가 많이 다른가? 다를게 없다. 관심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하지만 하고 싶으니까, 꿈이 있으니까 한다. 처음엔 싫어하시던 어머니도상도 받고 하니까 좀 달라지셨다나는 달라진 게 없다 목표는 뚜렷하고 미래는 불안 하다.
목표는 뭔가? 그냥, 작가로서 사는 거다. 그림 그려서 살 수 있고, 주말정도는 쉴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지금까진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그림 그리고 3시부터 10시까지 일하고 새벽2시에 잤다. 술도 안마셨다 그럼 다음날아침부터 그림을 그릴 수가 없으니까. 술 먹고 그림 안그리는 건 싫다.
젊은 작가 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술계가호황일 땐 '젊은작가=투자가치‘ 였다. 미술계에서는 40대도청년 작가다. 나도 젊은 작가라는 말을 듣지만, 말자체에 거품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누구나 내 그림을 알았으면 좋겠다. 너무 큰 욕망일까?
스물아홉이라서 향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욕망은 결핍에서 오구 스물아홀은 가난한나이니까. 더 나이가 들면 하고 싶은 일 에서 멀어질 것 같았다. 지금은, 가능성이 있다.
에디터/정우성
출처: GQ10월호


